「Idea Archive」 2019. 1. 24. 15:39

2019.0005.Archive : 국가R&D에 대한 단상

2019.01.16. on facebook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1141320012912?did=PA&dtype=3&dtypecode=880&fbclid=IwAR3YeCngQjLQlxpj81Zy-qbxEi7dzq7qr9184WGo3LzEqB-ELkff1WcUhk8

1. 나 자신이 국가R&D 예산의 큰 수혜를 입었던 사람으로써, 아래 링크에 걸려 있는 한국일보 기사의 한문장 한문장에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다.

2. 기사에서 '출연연' 이라는 범주에 넣은 25개 기관은 아마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의 출연연만을 카운트 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의 출연연구기관을 포함하면 (물론 이들 기관에서 국가 R&D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경우는 아니라는 점까지는 인정한다.) 50개에 육박하는 출연연구기관이 있고, 이는 출연연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산학협력단, 공공기관 산하 연구원,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원까지로 수 없이 많은 연구주체들의 '생사'를 쥐고 있는 정책적 문제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생각해보면,

1. 우리나라 관료사회의 문제는 '우리가 해준다.' 라는 일종의 갑의식 또는 특권의식이라고 딱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데, 정부가 들어서면 일종의 시혜의 효과를 위해서 특정한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말을 쓰고 싶어한다. (아마도 '정치'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라고 밖에 다른 해석이 어렵다.)

2. 결국 <우리가 했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단기간 또는 의미있는 기간 내에 '해냈다.' 라는 스토리를 쓸 수 있는 일들만 가득히 하거나, 실질적인 Player로서의 노력과 행동을 다 하지 않으면서 체리피킹만 하는 경우를 비일비재하게 발견하곤 한다.

3. 물론 사안 별로 개인 별로 앞선 문장의 단정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사안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접근하고, 그 문제에서 정부가 맡아야할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분은 드물다는 것이 대체적인 연구자들의 생각이라고 본다.

4.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의 이익이 증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관료로써 소위 말하는 성공을 이루려면 결국 <좋은(권력이 있는) 부서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다가 영예롭게 은퇴하는 것> 이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삶을 살려는 일종의 발버둥일테니까.

5. 때문에 기사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자신의 임기를 넘어서는 규모의 기간이 투입되어야하는 사안은 사실 관심을 가지려 들지도 않고, 연구의 단계나 현재의 수준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결과물을 이해할 수 있는 처지들이 아닌 샘이다.

6. 정부는 스스로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슈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를 원했던 정부의 '스타 공무원' 집단의 폐해를 보여주는 기사 중반부에 나오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비교 인포그라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키워드들을 내세우고 있다.

7. 이해하기 좋게 일종의 테마를 잡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기초 기반을 다지는 역할은 모두 등한시하고 있다. 여전히 밖에서 다져놓은 방법론들을 일부 차용하여 나름대로의 로컬케이스를 만들어내는 정도가 R&D의 전부인 상황이라면 분명 우리의 연구개발 역량은 분명 글로벌 선도와는 거리가 먼 문제가 된다.

8.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생긴 이래로 2번의 큰 사이클을 돌았고, 세번째 중흥기를 맞는 시점에서 결국 컴퓨팅의 발전단계와 문제의 풀이 (솔루션) 를 위한 방법론 이라는 단순한 두 가지 영역에 대해서 우리는 명확하게 규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9. 연구라는 것의 단계를 이렇다 저렇다 나누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사업화 할 수 있고 명쾌한 결과물들이 도출되는 연구만 수행하려고 든다면 미래 먹거리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될 것이다.

10. 이러한 관점에서 관료조직의 운영과 National Research Fund의 운영,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운영에 대한 접근, 인식, 변화가 분명 필요한 시기가 되었고 연구와 소위 정책연구라고 불리는 컨설팅 또는 연구용역의 성격들에 대해서도 접근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11. 어떤 사안에 대해서 Player로써 뛸 수 있는 분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주고 그만큼의 신분과 대우를 보장하는 것이 당연한 접근이 아닐까? 정책의 운영과 정책의 계획, 효과평가, 사후검증 등의 과정은 적어도 그래야만 한다고 본다.

처음으로 돌아가 "제가 정부라면요? 이 돈 써서 이런 연구 안하죠" 라는 명제로 돌아가보자.

1. 연구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문제의 근본을 탐구하고 해석하는 일을 하는 것이 사치라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2. 그 다음으로는 결국 문제가 야기하고 있는 현상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의문에 문제 현상에 대한 공감대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3. 아마도 그 다음으로는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을 보고 어떻게든 무언가 논리를 씌우고, 유행에 겉맞는 단어를 사용하여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는 자조적인 상황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4. 문제를 찾는 일을,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기본원리를 찾는 일을 찾는 일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찾는다고 할지라도 정확히 맞는다는 보장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대신 나서서 그러한 일을 하도록 "진흥" 하는 것이 연구사업을 지원하는 배경이 아니었던가?

"소망하건데, 보람찬 일을 하고 싶다."
늘상 나오는 이야기를 보고 아침 댓바람 부터 흥분해서 또 잉여로움을 뽐내다.

아마 이 긴 문장에 딱 한마디로 답변이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
"시키는 일이나 잘해."

이 문장이 지금 우리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